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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살을 찌운다 (스트레스 비만, 코르티솔, 가짜 식욕)

record03754 2026. 6. 19. 13:40

솔직히 저는 오늘 경기 보다가 오예스를 두 개 해치웠습니다. 한국 대 멕시코 경기였는데, 질 경기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믿기 힘든 실수로 선제골을 내줬고, 저는 그 순간 손이 먼저 과자 봉지를 향해 뻗었습니다. 먹으면서도 알았습니다. 이건 배가 고픈 게 아니라는 걸. 그런데 멈출 수가 없었어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왜 이렇게 달달한 음식이 당기는 건지, 오늘 그 이유를 제대로 파고들어 봤습니다.

 

스트레스 비만, 우리가 몰랐던 맥락

 

저는 한동안 제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변에 다들 바쁘고 힘들게 사는데, 나만 유독 힘든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게 착각이었습니다. 남들도 다 힘드니까 나도 괜찮다는 논리는, 사실 내가 얼마나 스트레스 환경에 만성적으로 노출돼 있는지를 감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일종의 마비 상태에 가깝습니다.

 

실제 수치를 보면 더 명확합니다. OECD 국가 중 한국의 자살률은 압도적인 1위를 오랜 기간 유지하고 있습니다(출처: OECD Health Statistics). 통계 산출 방식에 다소 논란이 있다 해도, 이 격차는 너무 큽니다. 우리 사회 자체가 구조적으로 높은 스트레스 부하를 안고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제가 경험상 느낀 것도 비슷합니다. 밖에서는 살찔까봐 먹고 싶은 걸 꾹꾹 참다가, 집에 혼자 돌아오면 냉장고 앞에 서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먹으면서도 '이거 먹으면 살찌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멈추지 못했어요. 그때는 의지력 문제라고 자책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아니었습니다. 구조적인 문제였습니다.

 

코르티솔이 가짜 식욕을 만드는 원리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에서 코르티솔(Cortisol)이 분비됩니다. 코르티솔이란 부신 피질에서 만들어지는 스트레스 반응 호르몬으로, 외부 위협을 감지했을 때 몸이 빠르게 에너지를 동원하도록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모드 스위치입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현대인의 생활 패턴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조난을 당했을 때와 업무 마감에 쫓기거나, 경기를 보다가 황당한 실점을 목격했을 때, 몸의 반응이 똑같습니다. 코르티솔이 분비되고, 몸은 즉시 고칼로리 에너지원을 찾기 시작합니다. 탄수화물과 지방이 높은 음식, 즉 달달하고 기름진 음식이 당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노터데임 대학교(University of Notre Dame)의 연구에 따르면, 코르티솔에 대한 민감도는 개인마다 다르며, 이 호르몬이 비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출처: University of Notre Dame Research). 코르티솔이 높아지면 인슐린(Insulin) 분비도 함께 촉진됩니다. 인슐린이란 혈당을 세포 안으로 흡수시키는 호르몬인데, 과도하게 분비될 경우 지방 합성을 가속화하고 특히 복부 지방 축적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뱃살부터 찐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 짚어야 할 게 있습니다. 바로 도파민(Dopamine)입니다. 도파민이란 쾌감과 보상 회로를 활성화하는 신경전달물질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분비되어 기분을 일시적으로 좋게 만들어 줍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스트레스 → 코르티솔 분비 → 달달한 음식 섭취 → 도파민 분비 → 기분 일시 회복. 이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감정적 폭식이 습관으로 굳어집니다.

 

제가 어제 아무 생각 없이 쫄면을 먹은 것도 그 맥락이었습니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안 먹으면 괜히 더 스트레스받을 것 같았고, 먹고 찌는 게 참다가 억울한 것보다 낫다는 식의 자기 합리화를 했던 거죠. 근데 그게 진짜 식욕이 아니라 가짜 식욕이었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가짜 식욕과 진짜 식욕을 구별하는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진짜 식욕: 밥, 채소, 된장찌개 같은 담백한 음식도 충분히 먹고 싶고, 먹으면 허기가 가라앉음
  • 가짜 식욕: 치킨, 과자, 달달한 음료 등 특정 음식만 당기고, 먹어도 허기가 쉽게 사라지지 않음
  • 감정적 폭식의 신호: 심심하거나 일이 끝난 직후, 또는 짜증나는 일 직후에 갑자기 식욕이 치솟음

 

가짜 식욕을 끊는 실전 전략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살 수는 없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러니까 스트레스 자체를 없애는 게 목표가 아니라, 스트레스가 왔을 때 음식으로 반응하는 패턴을 바꾸는 게 핵심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을 때 가장 효과적이었던 건 환경 통제였습니다. 냉장고에 아무것도 없으면, 먹으려면 나가야 하고, 그 귀찮음이 의외로 큰 억제력을 발휘했습니다. 의지력은 감정 상태에 따라 흔들리는 약한 수비수 같은 존재라서, 처음부터 먹을 것에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환경 설계가 훨씬 믿음직합니다. 마트에 가야 한다면 반드시 배부른 상태로 가는 것, 이것만 지켜도 불필요한 구매가 확실히 줄었습니다.

 

그리고 식사 시간을 고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배꼽시계, 즉 우리 몸의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에 따른 식욕 조절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규칙적인 식사 패턴이 필요합니다. 일주기 리듬이란 24시간 주기로 몸의 각종 생리 기능이 조율되는 체내 시스템으로, 이 리듬이 흐트러지면 진짜 배고픔과 가짜 식욕의 경계가 모호해집니다. 불규칙하게 먹다 보면 남는 건 스트레스성 가짜 식욕뿐이라는 게 제 경험상 맞는 말이었습니다.

 

취미 활동도 생각보다 훨씬 실용적인 전략입니다. 도파민을 음식 말고 다른 경로로 얻을 수 있다면, 음식으로 감정을 달래야 할 필요가 줄어드니까요. 돈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만년필로 글 쓰기, 산책, 독서 같은 것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건 나만의 숨구멍을 하나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요즘 짜증나는 날엔 저녁 먹고 나서 달달한 커피 한 잔만 마시는 걸 허용하고, 나머지 시간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 방식을 시도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체중 자체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도 전략입니다. 살쪄서 스트레스받고, 스트레스받아서 또 살찌는 악순환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빠져있는 함정입니다. 저도 그 고리 안에 꽤 오래 있었습니다. 숫자보다 습관에 집중하는 것, 그게 훨씬 지속 가능한 방향이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오늘 경기 결과는 어쩔 수 없습니다. 오예스 두 개는 이미 먹었고요. 근데 그 이후에 제가 왜 그랬는지를 이렇게 뜯어볼 수 있게 됐다는 게, 다음번에는 조금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스트레스와 음식의 관계를 머리로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사실 절반은 풀린 겁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영양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관련 문제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GRXCrdlfq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