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파지, 간헐적단식, 자가포식, 항노화, mTOR, AMPK, 16대8단식
솔직히 저는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던 시절에도 오토파지가 뭔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냥 굶으면 살이 빠지겠거니 싶어서 무작정 끼니를 건너뛰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무식한 방법이 원리상으로는 아주 틀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원리를 모르고 했기 때문에 요요가 왔다는 거였고요.
## 배가 고프면 먹으면 된다는 믿음이 틀렸던 이유
저는 한때 몸이 에너지가 필요하면 배고픔 신호를 보내고, 필요 없으면 보내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배가 안 고프면 안 먹고, 고프면 먹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식사 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믿음에는 결정적인 구멍이 있었습니다. 배고픔 신호는 에너지 잔여량이 아니라 혈당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즉, 몸에 지방이 충분히 쌓여 있어도 혈당이 떨어지면 배가 고프다는 신호가 옵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하나 등장합니다. mTOR(엠토르)입니다. mTOR란 세포가 영양소를 감지했을 때 켜지는 성장 스위치로, 쉽게 말해 "에너지가 들어왔으니 이제 성장하자"는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 복합체입니다. 탄수화물을 먹으면 인슐린이 분비되면서 mTOR가 활성화되고, 단백질을 먹으면 아미노산 중 하나인 류신이 직접 mTOR를 켭니다. 문제는 이 mTOR가 켜져 있는 동안에는 세포 청소 작업이 멈춘다는 점입니다.
반대편에는 AMPK(앰프)가 있습니다. AMPK란 세포 내 에너지가 부족해졌을 때 활성화되는 효소로, mTOR와 정반대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에너지가 없으니 폐기물을 분해해서 재활용하자"는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이 AMPK가 켜지면서 시작되는 세포 자가 청소 과정이 바로 오토파지(자가포식)입니다. 저처럼 하루 종일 틈틈이 간식을 집어 먹는 식습관을 가진 사람은 mTOR가 거의 꺼질 틈이 없고, 그만큼 오토파지가 일어날 시간도 없어지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건강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 방식은 체지방 감소에 생각보다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배고프면 먹는다는 기준이 사실은 오토파지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 굶으면 몸이 무엇을 먹는가
오토파지가 처리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알면 왜 이것이 항노화와 연결되는지 이해가 됩니다. 크게 두 가지입니다.
- 고장 난 미토콘드리아: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기관인데, 수명이 다하면 활성산소를 과도하게 방출하여 노화를 촉진합니다.
- 잘못 접힌 단백질: 뇌에 축적되면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과 연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미토콘드리아를 조금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기관인데, 이 과정에서 소량의 활성산소(ROS, Reactive Oxygen Species)가 부산물로 생성됩니다. 활성산소란 산소가 불완전하게 반응하면서 만들어지는 불안정한 분자로, 세포막이나 DNA를 손상시켜 노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정상적인 미토콘드리아에서는 활성산소가 소량만 나와 오히려 살균 등 유익한 역할도 합니다. 그런데 수명이 다한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는 제대로 못 만들면서 활성산소만 잔뜩 뿜어내는 상태가 됩니다. 이것을 두고 참고 자료에서는 핵발전소에서 새어 나오는 방사능에 비유하는데, 저는 이 표현이 꽤 직관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오토파지가 바로 이 고장 난 미토콘드리아를 골라서 분해하고, 그 재료로 에너지까지 만들어 냅니다.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단독 수상한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는 효모 실험을 통해 오토파지가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던 개념이었습니다. 오스미 교수는 리소좀(소화효소 주머니)을 제거한 돌연변이 효모를 굶겼을 때, 오토파고솜(autophagosome)이 사라지지 않고 세포 안에 바글바글하게 쌓이는 장면을 1992년에 관찰해냈습니다. 여기서 오토파고솜이란 세포가 폐기물을 감싸서 소화하려고 만드는 막 구조물을 말합니다. 이 업적이 노벨상으로 이어진 것입니다(출처: 노벨위원회).
제가 다이어트 시절에 10킬로그램을 뺐다가 요요가 왔던 경험도 이 맥락에서 설명이 됩니다. 장기간 굶으면 오토파지가 너무 강하게 작동하다 못해 정상 세포까지 분해하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오랫동안 공복이 유지된 상태에서 첫 식사를 하면 인슐린이 폭발적으로 반응하여 오히려 지방 축적이 더 쉬워집니다. 무식하게 굶는 것이 왜 장기적으로 역효과를 내는지, 이제는 원리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 오토파지를 실제 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오토파지를 의도적으로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가장 근거가 탄탄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간헐적 단식과 운동입니다.
단식 측면에서는, 마지막 식사 후 약 4시간부터 mTOR가 서서히 꺼지기 시작하고 12시간이 넘어가면 AMPK가 독립적으로 켜지면서 오토파지가 본격화됩니다. 24시간이 지나면 오토파지 강도가 최고조에 달하지만, 이 시점부터는 오히려 정상 세포까지 공격받을 위험이 생깁니다. 그래서 16시간 단식, 8시간 식사 창(16:8 간헐적 단식)이 현재로서는 이 두 가지 상충을 가장 잘 조율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저도 지금은 무조건 굶는 것이 아니라 이 시간 구조를 의식하면서 식사 시간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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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근력 운동은 mTOR를 켜서 근육을 합성하고, 유산소 운동은 AMPK를 켜서 오토파지를 활성화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서로 상반된 역할이니까 동시에 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근력 운동 중에 생성되는 젖산(Lactate)이 별도의 경로로 mTOR를 억제하여 오토파지를 유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출처: PubMed,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결국 근력 운동도 유산소 운동 못지않게 오토파지를 강하게 자극한다는 것입니다. 운동이 mTOR와 AMPK를 동시에 강하게 자극하는 거의 유일한 예외 상황이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단식 시간 면에서 한 가지 더 짚어두면, 성장기 청소년과 65세 이상 고령자에게는 간헐적 단식이 적합하지 않습니다. 20~60세 구간에서는 오토파지가 항노화로 연결되지만, 60세를 넘기면 근감소증 위험이 노화 위험보다 더 커지기 때문에 단식보다는 충분한 단백질 섭취와 저항 운동이 더 중요합니다. 임산부, 섭식 장애가 있는 분, 마른 당뇨 환자, 소모성 질환자도 마찬가지로 간헐적 단식보다는 규칙적인 식사 빈도를 유지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결국 오토파지를 실생활에 적용할 때 제가 내린 결론은 단순합니다. 특별한 금기 사항이 없는 건강한 성인이라면, 무작정 굶는 것도 아니고 수시로 집어 먹는 것도 아닌, 12~16시간의 공복 구간을 매일 확보하고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입니다. 약이나 보충제보다 이 두 가지가 훨씬 먼저라는 것도 분명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상태에 따라 적합한 방법이 다를 수 있으므로, 단식이나 식이 조절을 시작하기 전에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를 권장합니다.

간혈적 단식 다이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