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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다이어트를 따로 시작하기 전부터 현미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먹어왔으니 이제는 흰쌀밥보다 오히려 더 익숙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게 살이 덜 찌는 방식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짚어보게 됐습니다. 완벽한 식단을 유지하지 못해 오늘도 라면을 먹어버린 사람으로서, 100% 클린식이 아니어도 오래 갈 수 있는 현실적인 식단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현미밥, 왜 한국인 식단의 기본인가
다이어트 식단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논쟁이 있습니다. "밥을 먹어야 하나, 끊어야 하나"입니다. 저탄고지를 해야 한다는 분들도 계시고, 아예 탄수화물을 줄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논쟁에서 한 가지가 빠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우리 몸이 수천 년 동안 뭘 먹어왔냐"는 맥락입니다.
FMD(단식 모방 식단)를 연구한 USC 장수연구소의 발터 롱고(Valter Longo) 박사는 인간은 자신의 유전자에 맞는, 즉 조상이 대대로 먹어온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출처: USC 장수연구소). 한국인의 경우 그 주식이 바로 쌀입니다. 우유를 마시면 배탈이 나는 분들이 유독 많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유당 불내성(Lactose Intolerance)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유당 불내성이란 유제품에 들어있는 유당을 소화하는 효소가 부족해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조상 대대로 유제품을 거의 먹지 않았으니 그 효소 자체가 몸에 자리 잡질 못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쌀밥 중에서도 어떤 쌀이 좋을까요. 백미(白米)는 쌀겨와 배아를 제거한 것인데, 쉽게 말해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B, 마그네슘, 철분, 불포화 지방산 같은 영양소가 대부분 잘려나간 상태입니다. 반면 현미(玄米)는 이 영양소들을 그대로 품고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현미밥을 먹어온 덕에 이 사실을 몸으로 먼저 알았고, 지금은 흰쌀밥이 오히려 뭔가 허전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현미를 처음 접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맛이 껄끄럽고 소화가 잘 안 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저도 이 점은 공감합니다. 그래서 백미 95%에 현미 5%부터 시작하고, 보리·기장·조·수수·렌틸콩 등을 조금씩 섞어가며 백미 비중을 80% 이하로 낮춰가는 방식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발아 현미(Germinated Brown Rice)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발아 현미란 현미를 물에 12~24시간 불려 미세한 싹을 틔운 것으로, 일반 현미보다 소화가 한결 수월합니다.
- 현미에는 단백질, 식이섬유, 불포화 지방산, 비타민B, 마그네슘, 철분, 아연, 항산화 물질이 포함
- 소화가 약한 분은 백미 95% + 현미 5% 혼합으로 시작
- 발아 현미는 일반 현미보다 소화 흡수가 쉬워 입문 단계에 적합
- 보리·기장·조·수수·렌틸콩 혼합으로 백미 비중을 80% 이하로 낮추는 것이 목표
저항전분과 간헐적단식, 효과는 진짜인가
저는 한때 현미밥을 식힌 뒤 냉장밥으로 만들어 먹은 적이 있습니다. 살이 덜 찐다는 얘기를 어디서 듣고 시도해봤는데, 솔직히 한두 번은 했지만 꾸준히 이어가진 못했습니다. 귀찮기도 했고, 매번 찬밥을 먹는 게 생각보다 맛이 안 살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그냥 민간 요법이 아니라 실제 연구 결과와 연결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독일 샤리테 의대의 안드레아스 미할젠 교수에 따르면, 밥을 지은 뒤 식히면 전분의 결정 구조가 변하면서 저항전분(Resistant Starch)이 생성됩니다. 여기서 저항전분이란 소장에서 소화·흡수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가는 전분으로, 식이섬유와 유사하게 작용합니다.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루이지애나 주립대의 2015년 연구에서도 저항전분이 혈당 지수(Glycemic Index)를 낮추고, 식욕을 억제하며, 인슐린 민감도를 높이고, 지방 연소를 촉진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출처: 루이지애나 주립대).
냉동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으면 방금 한 밥과 식감이 거의 같으면서도, 한 번 식었다 데워지는 과정에서 저항전분이 유지된다는 점도 제가 경험상 예상 밖이었습니다. 귀찮음을 해결하면서 효과까지 챙길 수 있는 방법이었던 셈입니다.
한편 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에 대해서는 "하루 종일 굶는 거 아니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데, 여기서 간헐적 단식이란 하루 중 일정 시간만 식사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물 외에 아무것도 먹지 않아 공복 시간을 확보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아침을 가볍게 챙기고 점심을 건너뛰면, 아침부터 저녁까지만 해도 공복이 10시간 이상 유지됩니다. 여기에 수면 시간까지 더하면 하루에 이중으로 공복 효과가 생기는 구조입니다. 저는 이 방식이 식단 자체를 바꾸는 것보다 오히려 더 쉬울 수 있다고 봅니다. 뭘 안 먹으면 되는 거니까요.
완벽한 식단보다 오래가는 식단이 맞다
오늘도 라면을 먹었습니다. 먹고 나서 "왜 먹었나" 싶었지만, 먹을 때는 그냥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미 먹은 건 어쩔 수 없고, 이걸 가지고 하루 전체를 망한 것처럼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다이어트를 100% 클린식으로만 해야 한다는 시각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됩니다.
'닭고야'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닭가슴살, 고구마, 야채만 먹는 다이어트를 뜻하는데, 이게 몇 주는 버텨도 몇 년씩 유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웨이트 사이클링(Weight Cycling)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여기서 웨이트 사이클링이란 살을 빼고 요요로 다시 찌고, 또 빼고 또 찌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게 반복될수록 기초대사량이 낮아지고 결국 장기적으로 체중이 오히려 더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설탕, 튀김, 술, 아이스크림 같은 음식을 무조건 끊으면 어떻게 될까요. 제 경험상 그 음식만 더 생각납니다. 10번 중 10번을 참으려고 하면 언젠가는 폭식으로 터집니다. 그래서 저는 10번 중 3번 정도는 그냥 먹자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감량기 1~3개월만큼은 가급적 거리를 두되, 그 이후 유지기로 넘어가면 조절하는 법을 배워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모 아니면 도" 식의 다이어트가 결국 요요를 부른다는 시각은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60~70% 타협된 식단으로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한 달 완벽하게 하고 포기하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느리더라도 유지 가능한 다이어트, 그게 제가 지금 실천하려는 방향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다이어트할 때 흰쌀밥 먹으면 진짜 살이 찌나요?
A. 흰쌀밥이 살을 찌운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영양소 대부분이 제거된 상태라 거의 순수한 당질만 남는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현미나 잡곡을 섞으면 식이섬유와 단백질이 함께 들어와 혈당 상승 속도가 완만해집니다. 쌀밥 자체를 끊기보다는 구성을 바꾸는 쪽이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합니다.
Q. 냉동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저항전분이 사라지지 않나요?
A. 이 점에 대해 의문을 갖는 분들도 있는데, 연구에 따르면 한 번 식히는 과정에서 생긴 저항전분은 재가열 후에도 일정 수준 유지됩니다. 물론 갓 지은 밥을 바로 식혀 그냥 먹는 것보다는 효과가 다소 줄 수 있지만, 냉동 후 전자레인지 가열 방식도 저항전분 형성 측면에서 의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Q. 간헐적 단식을 하면 근손실이 생기지 않나요?
A. 근손실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고, 실제로 장기간 극단적인 공복을 유지하면 근육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만 하루 10~16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일반적인 간헐적 단식 범위에서는 식사 때 단백질을 충분히 챙기면 근손실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식사 횟수보다 하루 총 단백질 섭취량이 더 중요합니다.
Q. 다이어트 중에 라면 같은 음식을 먹으면 다 망하는 건가요?
A.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 끼 실수가 다이어트 전체를 무너뜨리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완벽하게 하려다 한 번 무너지면 "이제 다 끝났다"며 폭식으로 이어지는 패턴이 더 위험합니다. 10번 중 3번은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면서, 나머지 7번을 잘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유효한 전략입니다.
결론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완벽한 식단"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완벽한 식단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현미밥을 기본으로 삼고, 냉동밥 활용으로 저항전분 효과를 조금이라도 챙기고, 점심 한 끼를 건너뛰는 간헐적 단식을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작점이 됩니다.
설탕과 튀김을 무조건 끊으라는 말보다는, 감량기에는 잠시 멀리했다가 유지기에 조절하는 법을 천천히 익혀가시길 권합니다. 60~70% 타협된 식단으로 몇 년을 유지하는 것이, 100% 클린식으로 한 달 버티고 포기하는 것보다 몸에도 마음에도 훨씬 낫습니다. 느리더라도 꾸준한 방향으로 가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