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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도 얼마 전까지는 다이어트와 과일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전혀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원래 과일을 그리 즐기는 편도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최근 들어 식단에 과일을 조금씩 포함해 보면서 한 가지 확실한 변화를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과일의 달콤함을 자주 접할수록 몸의 반응이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 무렵부터 과일 속에 든 '과당'이라는 성분이 실제로 우리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깊이 있게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과당이란 무엇인가, 설탕과 뭐가 다를까

    탄수화물이 살찌는 주범이라는 말,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탄수화물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게 아닙니다. 그 안에서도 당질(糖質), 즉 달달한 형태의 탄수화물이 실제로 살이 찌는 데 관여하고, 당질 중에서도 분자 하나짜리 단당류(monosaccharide)로 내려가면 거기서 과당을 만나게 됩니다. 여기서 단당류란 더 이상 분해되지 않는 가장 작은 형태의 당 분자를 의미합니다.

    과당은 과일에 많이 들어 있어서 붙은 이름이지만, 같은 단당류인 포도당(glucose)과 만나면 자당(sucrose), 즉 우리가 흔히 쓰는 백설탕이 됩니다. 과당이 포도당보다 단맛이 강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꿀이 설탕보다 더 달게 느껴지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셨던 분 계신가요? 꿀은 과당과 포도당이 분리된 상태로 존재하고, 과당의 비율이 포도당보다 약간 높습니다. 덕분에 같은 무게라도 꿀이 설탕보다 약 25% 더 달게 느껴집니다.

    스카 헬스타드(Skar Helstad)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과당은 백설탕 대비 1.5~1.7배 더 달게 느껴지며, 일부 연구에서는 최대 두 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출처: PubMed). 단맛이 강하다는 건 그만큼 적은 양으로도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의미지만, 반대로 중독되기도 쉽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좀 더 다루겠습니다.

    • 단당류(monosaccharide): 더 이상 분해되지 않는 가장 작은 당 단위. 과당·포도당이 여기에 해당
    • 자당(sucrose): 과당 + 포도당이 결합한 형태. 우리가 쓰는 백설탕이 바로 자당
    • 과당의 단맛 강도: 백설탕 대비 1.5~2배. 꿀이 설탕보다 더 단 이유도 과당 비율이 높아서

     

    요약: 과당은 단당류 중 하나로, 포도당보다 단맛이 1.5~2배 강하며 과일뿐 아니라 일상 식품 곳곳에 들어있다.

     

    액상과당 위험, 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과당이 포도당과 다른 결정적인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포도당은 혈관으로 들어가 인슐린(insulin) 분비를 자극하고 세포 안으로 흡수되는 경로를 타는데, 과당은 그 경로를 거의 거치지 않습니다. 여기서 인슐린이란 혈당을 낮추기 위해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지방 합성에도 직접 관여합니다. 과당은 이 인슐린 분비를 거의 자극하지 않고, 대신 간(liver)으로 곧장 이동해 대사됩니다.

    토론토 의대 2005년 연구에 따르면, 과당은 췌장의 베타 세포를 거의 자극하지 않아 인슐린 분비량이 포도당에 비해 훨씬 적습니다. 그렇다면 혈당도 안 오르고 인슐린도 안 오르니 오히려 다이어트에 유리한 게 아닐까 싶으실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 이 부분을 봤을 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간에서 벌어지는 일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의대 2009년 연구를 보면, 과당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초저밀도지단백(VLDL)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면서 내장 지방이 쌓이고 심장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VLDL이란 간에서 만들어진 지방을 혈관 곳곳으로 운반하는 지단백질로, 수치가 높아지면 혈관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됩니다(출처: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듀크 의대 2008년 연구에서는 과당이 간의 지방 저장을 활성화해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NAFLD)을 일으킬 수 있다고도 지적합니다.

    더 신경 쓰이는 부분은 식욕 조절입니다. 예일대 의대 2013년 연구에 따르면, 과당은 포도당만큼 식욕 억제 효과를 내지 못합니다. 렙틴(leptin) 저항성 문제도 있습니다. 렙틴이란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어 뇌에 포만감 신호를 보내는 호르몬으로, 흔히 '날씬 호르몬'이라 불립니다. 플로리다 약대 2011년 연구에 따르면 과당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바로 이 렙틴에 대한 저항성이 생겨 체지방 조절 기능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합니다. 혈당을 안 올리는 것처럼 보여도, 몸 안에서는 꽤 복잡한 문제들이 쌓이고 있는 겁니다.

    특히 액상과당, 즉 HFCS(High-Fructose Corn Syrup)는 일반 음료, 과자, 소스류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됩니다. 문제는 HFCS의 과당 비율이 일반 설탕보다 훨씬 높고, 토마스 D. 리(Thomas D. Lee)의 연구에서 확인된 것처럼 단맛이 매우 빠르게 느껴지고 또 빠르게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이 패턴이 반복될수록 단맛에 대한 의존도, 즉 당 중독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요약: 과당은 간으로 직행해 VLDL 증가, 지방간, 렙틴 저항성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HFCS 형태의 인공 과당이 가장 큰 문제다.

     

    실천법, 과일을 끊어야 하는 걸까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런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그럼 다이어트할 때 과일도 다 끊어야 하는 건가?" 제 대답은 "대부분의 경우 그럴 필요 없다"입니다.

    과일은 과당으로만 이루어진 식품이 아닙니다. 수분 함량이 높고, 식이섬유(dietary fiber)가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식이섬유란 소화 흡수가 거의 되지 않아 실질 칼로리 기여가 0에 가깝고,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하며 포만감을 높여주는 성분입니다. 여기에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 물질까지 더해지니 과일 자체는 다이어트의 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제가 요즘 실제로 해보니 달라진 게 하나 있었습니다. 과일을 식사 후에 먹던 습관에서, 식사 전에 먼저 조금 먹어보는 방식으로 바꿔봤습니다. 어디서 들은 얘기인데 식사 전에 과일을 먼저 먹으면 식사 후에 먹는 것보다 혈당 상승 폭이 덜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실제로 해보니 식후 나른함이 줄어드는 느낌이 있었고, 과식을 덜 하게 되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요즘 마트에서 파는 과일들이 예전보다 훨씬 달다는 게 체감으로 느껴질 정도거든요. 당도 개량이 거듭되면서 과일 속 당질이 자연산 야생 과일보다 농축되어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니 과일을 먹어도 괜찮다는 말이, 한 자리에서 수박 반 통이나 포도 한 송이를 다 먹어도 된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과일을 극단적으로 끊어야 하는 경우는 특수한 상황에 한합니다. 배우나 모델처럼 체지방을 극한까지 줄여야 하거나, 보디빌더처럼 콘테스트를 앞두고 정밀하게 식단을 조절해야 하거나, 단기간에 체중을 빠르게 낮춰야 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일반적인 건강 다이어트를 목표로 한다면 과일을 아예 끊는 것보다는, 인공 첨가물 형태의 HFCS부터 줄이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접근입니다.

     

    요약: 일반적인 다이어트라면 과일을 끊을 필요 없다. 문제는 과일보다 가공식품 속 액상과당(HFCS)이며, 과일은 양만 조절하면 충분하다.

     

    자주 묻는 질문

    Q. 다이어트 중에 과일 먹으면 살이 찌나요?

    A. 과일 자체가 살을 찌우는 식품은 아닙니다. 과일에는 식이섬유와 수분이 풍부해 실질 칼로리 흡수가 상대적으로 낮고, 혈당 상승도 완만합니다. 다만 요즘 과일은 품종 개량으로 당도가 높아진 만큼 한 번에 많은 양을 먹는 건 피하는 게 좋습니다. 하루 한두 주먹 분량 정도라면 다이어트 중에도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Q. 액상과당(HFCS)이 설탕보다 더 나쁜 건가요?

    A. 단순 비교로 '더 나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HFCS는 일반 설탕보다 과당 비율이 훨씬 높고 단맛이 빠르게 느껴졌다 빠르게 사라지는 특성이 있어 당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음료, 과자, 소스 등 가공식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하루 섭취량이 쌓이기 쉬운 점도 문제입니다.

     

    Q. 과당은 혈당을 안 올린다던데, 그럼 당뇨 환자에게 괜찮은 건가요?

    A. 과당이 혈당을 직접적으로 올리지 않는 건 사실이지만, 바르셀로나 의대 2016년 연구에 따르면 과당이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을 유발해 결과적으로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있어도 세포가 혈당을 잘 흡수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당뇨가 있는 경우라면 과당이라고 해서 안심하기보다는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과일을 식전에 먹으면 혈당이 덜 오른다는 게 사실인가요?

    A.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식전에 먹으면 이후 식사의 혈당 상승 속도를 완만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과일의 경우도 식이섬유 함량이 있어 같은 원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식전 과일 섭취를 시도해보니 식후 과식이 줄고 포만감이 조금 더 오래 유지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다만 개인차가 있으니 참고 수준으로 활용해보시길 권합니다.

     

    Q. 꿀이 설탕보다 건강하다던데, 다이어트할 때 꿀로 대체해도 될까요?

    A. 꿀에는 소량의 미네랄과 항산화 물질이 들어 있는 건 맞지만, 과당 비율이 설탕보다 높아 같은 무게 기준으로 더 달고 과당도 더 많습니다. 다이어트를 위해 설탕 대신 꿀을 듬뿍 쓴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대체재로 쓴다면 사용량을 설탕 때보다 확실히 줄이는 게 포인트입니다.

     

    결론

    과당은 얼핏 보면 혈당도 안 올리고 인슐린도 자극하지 않으니 다이어트에 유리해 보입니다. 하지만 간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내장 지방, 지방간, 렙틴 저항성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많이 먹으면 안 좋다는 건 학계가 거의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과일까지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과일보다는 음료나 과자 속 액상과당(HFCS)을 줄이는 것이 훨씬 체감 효과가 컸습니다. 성분표에서 '액상과당' 또는 'HFCS'라고 적힌 제품을 하나씩 줄여가는 것, 그게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이라고 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Yyu1NFuSMg

    과일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