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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자 세개를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다 비워버린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 빵을 잘 즐기지도 않는데, 그날따라 크림빵이며 소시지빵을 잔뜩 사다가 책상 위에 늘어놓고 정신없이 먹어치웠습니다. 배를 채우고 나니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져서 "도대체 나는 왜 이러는 걸까"라는 생각에 깊은 자책을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차분히 생각해보니, 그것은 단순히 의지가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 아니였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혈당 스파이크와 장내 환경이 간식을 부른다

    달달한 음식을 보면 이성이 나가는 경험, 저만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머리로는 "안 먹어야지" 하면서 어느 순간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그 상황, 단순히 의지가 약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나서 조금 숨통이 트였습니다. 첫 번째 원인은 혈당 스파이크(Blood Glucose Spike)입니다. 여기서 혈당 스파이크란 식사 후 혈당이 급격히 치솟았다가 빠르게 추락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밥을 먹으면 혈당이 올라가고, 이를 낮추기 위해 인슐린(Insulin)이 분비됩니다.

     

    인슐린이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액 속 당분을 세포 안으로 밀어 넣어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인슐린이 과도하게 나오면 혈당이 정상 범위 아래로 뚝 떨어지는 혈당 크래시(Blood Glucose Crash)가 온다는 점입니다. 이 상태에서 위는 아직 찬데도 뇌는 "뭔가 먹어야 해"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이게 흔히 말하는 가짜 배고픔입니다.

     

    제가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시절이 딱 이 패턴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2시간도 안 됐는데 또 달달한 게 생각나는 것, 배가 고픈 게 아니라 혈당이 떨어진 신호였던 겁니다.두 번째는 장내 환경 문제입니다. 장 안에는 유익균과 유해균이 공존하는데, 설탕과 정제 밀가루, 가공식품을 자주 먹으면 유해균이 늘어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 유해균이 뇌에 신호를 보내 단 음식을 더 갈망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내가 초콜릿이 먹고 싶었던 게 아니라 장 안의 유해균이 먹고 싶었던 셈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로 장내 미생물군집(Gut Microbiome)과 식욕의 상관관계를 다룬 연구들이 최근 빠르게 늘고 있으며, 장 건강이 뇌의 식욕 조절 신호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점점 확인되고 있습니다(출처: 미국 국립보건원 NIH).

     

     

    이 두 가지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식사 구성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식이섬유(통곡물, 콩류, 다양한 채소)를 충분히 섭취해 혈당 상승 속도를 늦춘다
    • 단백질(계란, 생선, 두류)을 한 끼에 충분히 넣어 포만 호르몬 분비를 돕는다
    • 좋은 지방(견과류, 올리브 오일, 등 푸른 생선)을 함께 먹어 위에서 오래 머물게 한다
    • 식사 전후로 물을 충분히 마셔 가짜 배고픔과 진짜 배고픔을 구분한다

     

    극단적으로 달달한 음식을 일주일 끊어봤을 때, 집에서 간식을 다 치워버리니 생각보다 견딜 만했습니다. 문제는 돈만 있으면 어디서든 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충동을 이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결국 혈당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배가 적당히 찬 상태에서는 그 충동 자체가 훨씬 약해졌으니까요.

     

    도파민 중독과 수면의 연결고리

    배불러도 계속 먹고, 너무 배불러서 못 움직일 때까지 멈추지 못하는 경험을 하신 분이라면 이 부분이 특히 와닿을 겁니다. 저도 가끔 하루 종일 뭔가를 달고 사는 날이 있었고, 그런 제 모습이 너무 싫었습니다. 이건 도파민(Dopamine) 문제와 연결됩니다. 도파민이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기쁨이나 쾌감을 느낄 때 나오는 화학 물질입니다. 설탕이 잔뜩 든 과자나 달달한 음료를 먹을 때 도파민이 폭발적으로 분비되고, 뇌는 그 감각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닭가슴살을 먹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치킨을 그립니다. 그 그리움이 결국 참는 다이어트를 무너뜨리는 겁니다.

     

    "참는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 방식은 오래 못 갑니다. 20점짜리 음식만 먹으면서 100점짜리를 계속 그리워하면 언젠가는 터집니다. 방향을 바꿔서 70점짜리 음식을 찾는 게 현실적입니다. 예를 들어 통밀 또띠아에 채소와 모차렐라를 올려 구우면 피자 100점에 비해 70점은 되는 맛이 납니다. 완전히 끊는 것보다 훨씬 오래 갑니다.

     

    또 하나 간과하는 게 수면입니다. 잠이 부족하면 코르티솔(Cortisol)이 올라갑니다. 코르티솔이란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몸이 위기 상태라고 인식할 때 에너지를 빨리 확보하려고 단것을 갈망하게 만듭니다. 잠이 부족한 날 유독 단 게 먹고 싶었던 경험이 있다면 이 때문입니다. 수면이 식욕 조절 호르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로, 하루 7~8시간의 수면이 다음 날 식욕을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보고가 있습니다(출처: 미국 수면학회 AASM).

     

    제가 직접 해보니 결국 중요한 건 단 음식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당기게 만드는 몸의 상태였습니다. 잠을 제대로 자고, 아침에 햇빛을 보고, 식사를 대충 때우지 않는 것. 이 루틴을 지키는 날에는 확실히 간식 생각이 덜 났습니다.달달한 간식이 이기기 어려운 건 만든 사람들이 중독성을 설계한 탓도 있지만, 결국 우리 몸의 시스템이 그것을 원하도록 만들어진 상태라는 게 더 큰 이유입니다.

     

    참는 게 아니라 몸이 그것을 덜 원하는 상태로 바꾸는 것이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식이섬유와 단백질을 충분히 먹고, 잠을 잘 자고, 도파민을 음식 외에서도 찾아보는 것. 한 번에 다 바꾸려 하면 무너집니다. 오늘 한 가지만 골라서 시작해보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또는 영양 조언이 아닙니다.

     

     

    쿠키 만드는 사람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EsCIx2lzls